연방정부 “이민 많이 받자”… 퀘벡 “불어 모르면 못 받아”

캐나다 연방정부가 향후 3년간 150만명의 이민을 수용하는 등 ‘이민대국’이 되겠다는 야심찬 구상을 밝혔다. 하지만 캐나다에서 두 번째로 큰 퀘벡주(州)는 “프랑스어가 위축될 것”이라며 난색을 표해 험로가 예상된다.

21일(현지시간) 영국 BBC 방송에 따르면 캐나다는 최근 발표한 이민정책에서 “2025년까지 매년 50만명의 이민자를 받아들이겠다”고 밝혔다. 계획대로 이행되면 향후 3년 동안 총 150만명가량의 새로운 이민자가 캐나다에 정착하게 된다. 캐나다는 2021년 한 해 동안 40만명 이상의 이민자를 수용했는데, 이는 캐나다 역사상 가장 많은 숫자에 해당한다.
캐나다가 이민에 적극적인 건 다른 선진국들과 마찬가지로 저출산·고령화에 따라 갈수록 부족해지는 노동력을 보충하기 위해서다. 러시아에 이어 두 번째로 영토가 넓은 캐나다는 인구가 약 3800만명으로 매우 적은 편이다. 자연히 독립국이 된 이후는 물론 영국 식민지 시절부터 세계 각국에서 많은 이민이 캐나다로 유입됐다. BBC는 “오늘날 캐나다 인구의 4분의 1이 이민자 출신으로 이는 G7(주요 7개국) 중에서 가장 높은 비율”이라며 “흔히 ‘이민자의 나라’, ‘인종의 용광로’ 등으로 불리는 미국의 경우 이민자가 전체 인구의 14%에 불과한 점을 감안하면 캐나다의 사례는 굉장히 독특하다”고 전했다.

문제는 쥐스탱 트뤼도 총리가 이끄는 연방정부는 이민에 적극적인 반면 프랑스계 주민이 많이 살고 프랑스어가 널리 쓰이는 퀘벡주의 경우 ‘문화적 정체성’의 훼손 우려를 들어 이민자 수용에 매우 소극적이란 점이다. 퀘벡주는 캐나다 수도 오타와와 최대 도시 토론토가 있는 오타리오주에 이어 캐나다에서 두 번째로 인구가 많은 주다. BBC는 “연간 50만명의 이민자를 받아들이겠다는 캐나다 연방정부의 구상과 달리 퀘벡주는 ‘연간 5만명 이상을 수용하지 않을 것’이란 입장”이라며 “이는 캐나다 인구의 약 23%가 거주하는 퀘벡주가 이민자 수용에서 그 규모에 걸맞는 역할을 하지 않을 것이란 의미”라고 분석했다. 퀘백보다 더 작은 주들의 부담이 커지면서 “왜 이민자들이 우리 동네로만 오느냐”는 불만의 목소리가 터져나올 수 있다는 얘기다.
퀘벡주가 이민을 꺼리는 건 프랑스어를 할 줄 모르는 인구가 늘어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캐나다는 전국에서 영어·프랑스어를 나란히 공용어로 쓰고 있으며, 퀘벡주의 경우 프랑스어 사용자가 특히 많아 주민의 약 90%가 프랑스어를 모국어처럼 쓴다. 그런데 캐나다의 문을 두드리는 이민자들은 영어는 할 줄 알아도 프랑스어에는 문외한인 이가 대부분이다. 프랑수아 르고 퀘벡주 총리는 “이민자가 늘어나면 가뜩이나 영어 때문에 위축되고 있는 우리 지역의 프랑스어가 더욱 쇠퇴할 것”이라고 말했다. 퀘벡주는 올해 5월 영어 사용을 제한하는 이른바 ‘프랑스어 보호법’을 통과시킨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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