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캔사스주 북동부의 강 지류에서 일어난 원유 유출로 인해 캐나다에서 텍사스주 해안까지 원유를 수송하는 키스톤송유관이 한 때 폐쇄되면서 8일 한동안 유가가 급등하는 소동을 빚었다.
캐나다에 본사를 둔 송유관회사 TC에너지는 7일 밤 송유관이 압력을 이기지 못해 새기 시작하면서 이를 폐쇄했다고 밝혔다.
이 때 새어나온 기름이 캔사스주의 캔사스시티 북서쪽 241km 지점에 있는 워싱턴 카운티의 강 지류로 흘러들어 강물을 오염시켰다고 이 회사는 발표했다.
회사측은 유출 지점이 작은 지류여서 오일 펜스등 각종 장비를 동원해 이 물이 강물의 본류에 흘러들어가는 것을 막는 데 성공했다고 밝혔다. 다만 유출 원인이나 얼마나 많은 양이 새어나왔는지에 대해서는 밝히지 않았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해 1월 취임하자마자 트럼프 전 대통령이 오바마정부의 불허방침을 뒤집고 허가를 내준 90억달러짜리 키스톤 송유관 공사의 국경월경 허가를 공사가 상당부분 진행되고 있는데도 취소해 치명적인 타격을 입혔다.
결국 송유관 소유주인 TC에너지사와 캐나다 앨버타주 정부는 2021년 6월 9일 이 사업의 종료를 선언했고 이후 미국 정부와 소송전을 벌이고 있다.
환경운동가들과 과학자들은 오래 전부터 그런 송유관은 캐나다의 오일샌드 원유의 수도꼭지를 미국내에 개설하는 것과 같으며 그처럼 오염물질이 많이 발생하는 석유를 태우면 결국 기후변화를 더 고착시킬 뿐이라고 경고해왔다.
이 처럼 화석연료를 두고 일어난 환경 논란이 전국적 논쟁으로 확대되어 가는 동안에도 캐나다 원유의 대미 수출은 꾸준히 증가했으며, 이는 주로 앨버타주의 오일샌드 지역을 중심으로 이뤄졌다.
키스톤 송유관은 2019년에도 대량 오일 유출로 노스 다코타주에서 140만 리터의 오일이 새어나와 5에이커에 달하는 농토를 망친 일이 있다.
키스톤 XL 송유관 반대를 위해 환경운동가와 지주들의 권리 단체 ‘볼드 네브래스카’를 결성한 재닛 클리브 회장은 이 대형송유관이 2010년 가동 후부터 최소 22번이나 대량 유출로 주변을 오염시켰다고 말했다.
이 단체와 연방 정부 보고서에 따르면 이 송유관이 운반하는 중유와 타르가 섞인 샌드오일은 강물에 유입될 경우 비중이 무거워 수면 아래로 가라 앉기 때문에 특히 제거와 청소가 어렵다고 한다.
네브래스카주 민주당위원회 위원장이기도 한 클리브 회장은 ” 모든 석유 유출사고가 다 어렵지만, 특히 오일 샌드는 유독성분도 많고 제거가 어려워 정말 걱정 거리”라고 말했다.
하지만 연방환경보호청은 아직까지 알려진 식수 오염이나 상수도에 대한 피해는 없다고 밝히고 있다. 이 때문에 워싱턴 카운티비상대책 본부도 이번 유출이 캔사스의 한 목장 한복판에 있는 오지에서 발생했기 때문에 주민 대피령을 내리지 않았다고 밝혔다.
그러나 캔사스의 기름 유출 소식이 퍼지면서 8일 한 낮에 일시적으로 단기 석유공급 계약 가격이 5%가량 급등하기도 했다. 이는 시장이 앞으로 있을 석유거래에서 비용이 상승하고 공급이 달릴 것을 우려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미국 에너지 정보청에 따르면 키스톤 송유관이 캐나다에서 오클라호마주 쿠싱까지 매일 보내는 석유량은 하루 60만 배럴이다. 이는 미국에서 캐나다로부터 매일 수입하는 석유 350만 배럴에서 400만 배럴에 비해 큰 비중이다.
과거의 송유관 유출로 인한 기름공급 중단은 2주일 정도였지만 이번에는 물과 섞인 것이어서 해결에 더 오래 걸릴 가능성이 높다고 RBC 자본시장의 분석가들은 말하고 있다.
유출이 발생한 워싱턴 카운티는 약 1100명의 주민이 살고 있다. 리틀 블루 강으로 유입되는 밀 크리크 지류에서 일어난 기름 유출로 일대의 농민들의 밭 작물이 오염되는 등 피해를 입었다.
밀 크리크는 캔사스주립대학교가 있는 맨해튼 북쪽의 터틀 크리크호수로 유입되므로 추가 피해도 우려되고 있다.
유출장소 부근의 한 묘지 부근에 사는 주민 주니어 루프는 마을 안에서도 기름 냄새를 맡을 수 있다며 ” 마치 정유소 옆을 차를 타고 지나갈 때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