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석유공사가 캐나다 석유회사 하베스트 매각을 놓고 골머리를 앓고 있다. 모든 자산을 팔아도 빚을 다 갚지 못하는 완전자본잠식 상태인 석유공사는 재무 구조를 개선하기 위해 부실 자산을 처분하는 중이다. 하베스트는 이미 수조원대의 손실이 쌓여 시급히 정리해야 하는 부실 자산이지만, 지난해 매각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한 뒤 1년이 지난 지금도 좀처럼 속도가 붙지 않고 있다.
하베스트는 석유공사가 지난 2009년 이명박 정부 ‘자원 외교’의 일환으로 지분 100%를 인수한 회사다. 투자 금액은 40억8000만달러로 당시 환율 기준 약 4조원이었다.
◇ 흙에서 원유 뽑는 방식, 유가 내리면 수익성 악화
하베스트는 오일샌드를 생산하는 ‘블랙골드’ 광구를 갖고 있다. 오일샌드는 액체 상태인 일반 유전과 달리 모래와 점토가 섞여 있는 흙 속의 유전이다. 모래층에 고온·고압 증기를 주입해 밑으로 흘러내리는 원유를 뽑아내는 방식으로 생산된다. 전통적인 원유 생산 방식과 차이가 있어 오일샌드는 셰일오일과 함께 비전통 자원으로 불린다.
업계에서는 오일샌드의 사업성에 회의적이다. 초기 인프라 구축 비용이 많이 들고 고정 비용도 일반 원유나 셰일오일 생산 방식보다 높은 탓이다. 이런 이유로 국내에서 오일샌드 사업을 하는 민간기업은 없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수익성을 담보하기 위해서는 원유 가격이 높게 유지돼야 한다”며 “전통 원유 생산 방식보다 고정 비용이 높은 셰일오일의 손익분기점이 배럴당 40~50달러 수준인데 오일샌드는 그보다도 더 높은 수준일 것”이라고 말했다.
석유공사가 하베스트와 오일샌드 사업을 본격화하던 시기만 해도 원유 가격이 비쌌다. 지난 2010년 배럴당 100달러를 웃돌던 원유 가격은 미국 셰일오일 개발과 함께 크게 하락했다. 세계 최대 원유 생산국인 사우디아라비아가 감산 대신 공급량을 유지하면서 원유 가격을 떨어뜨리는 전략을 택하면서다.
◇ 13년 적자 하베스트, 지난해 570억원 흑자
석유공사는 작년 4월 하베스트 지분 100% 매각을 위한 우선협상대상자로 캐나다계 민간 자원개발 기업 A사를 선정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14개월이 지난 시점에서도 별다른 진척이 없다.
지난해는 하베스트 매각의 적기로 꼽혔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국제 유가가 한때 배럴당 120달러를 돌파하는 등 급격히 올랐기 때문이다. 지난 2009년부터 2021년까지 13년 연속 적자를 기록한 하베스트는 작년에 약 570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했다. 하베스트는 석유공사와 마찬가지로 수년째 완전자본잠식 상태다.
공공기관 경영정보 공개시스템(알리오)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석유공사 자산은 18조2991억원, 부채는 19조7951억원이다. 자산에서 부채를 뺀 자기자본은 마이너스(-) 1조4960억원이다. 석유공사 부채비율은 지난 2019년 3415%까지 치솟았고 2020년 상반기부터 1979년 창사 이래 처음 자본잠식에 빠졌다.
과거 우량 공기업으로 주목받던 석유공사의 재무 건전성은 2020년 이전부터 꾸준히 악화한 것으로 나타났다. 하베스트를 비롯해 무리한 해외 자원 개발로 손실이 불어나기 시작했다. 결국 석유공사는 2018년 비상경영체제에 돌입했고, 해외 부실 자산을 중심으로 포트폴리오 조정에 힘을 쏟고 있다.
(출처: 조선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