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인도 정부 개입 증거 확보” vs 印 “테러리스트 피난처” 갈등 ‘파국’

캐나다에서 발생한 시크교 지도자 암살 사건 관련 캐나다와 인도의 갈등이 파국으로 치닫고 있다. 캐나다 정부는 배후에 인도 정부가 있다는 실질 증거를 확보했다고 밝혔고,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는 캐나다를 “테러리스트들의 피난처(safe haven for terrorists)”라고 맹비난했다.

21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과 미 CNN, 캐나다 언론 등을 종합하면 캐나다와 인도의 외교 마찰이 극으로 치닫고 있다.

먼저 캐나다 정부는 이날 이번 사건의 배후에 인도 정부가 있다는 물적 증거도 확보했다고 소식통을 인용해 현지 언론이 보도했다.

물적 증거는 대화 녹취 자료로, 인도 정부 관계자끼리의 대화이며 캐나다 주재 인도 대사관 소속 외교관도 포함된 것으로 전해진다.

또 자료들은 캐나다와 미국, 영국, 호주, 뉴질랜드 정보 동맹인 ‘파이브 아이즈'(Five Eyes)의 정보기관으로부터 입수한 것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상황 속 모디 총리는 캐나다를 테러리스트들의 피난처라고 비판을 퍼부었다.

아린담 바그치 인도 외교부 대변인은 성명에서 캐나다의 이같은 인도 정부 책임 주장에 “캐나다의 국제 평판이 훼손될 수 있다”며 “평판 문제와 평판 손상에 대해 이야기 할 때 이를 살펴볼 나라가 있다면 테러리스트와 극단주의자, 조직범죄의 피난처로 명성을 얻고 있는 캐나다일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러한 양국의 갈등 고조 속,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최근 인도 뉴델리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 회의에서 모디 총리에게 관련 우려를 표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복수의 관계자를 인용, 바이든 대통령을 비롯한 서방 지도자들이 이달 개최된 G20 회의에서 모디 총리에게 이번 사건에 대한 우려를 표했다고 보도했다.

◇외교 갈등 ‘격화’…美는 사실상 캐나다 손 들어줘

앞서 니자르는 지난 6월 18일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주 서리의 시크교 사원 주차장에서 복면을 쓴 2명의 괴한이 쏜 총탄에 맞고 현장에서 사망했다.

저스틴 트뤼도 캐나다 총리는 시크족 분리주의 운동단체 지도자 하디프 싱 니자르의 암살에 인도 정부의 책임이 있다는 ‘신뢰할 만한 증거’가 있다고 밝힌 뒤 인도 외교관을 추방했다.

이에 인도는 트뤼도 총리의 주장은 허위라며 외교관을 맞추방했고, 캐나다에 있는 자국민에게 여행주의보를 발령하고 캐나다 시민 비자 발급 중단으로 응수했다.

갈등 고조 속 미국 백악관은 인도에 면죄부를 주는 일은 없다고 못 박았다. 암살 배후에 인도 정부요원이 있다는 캐나다 측 주장에 힘을 실어준 것으로 풀이된다.

트뤼도 총리는 현재 직접 나서 진상조사에 협조할 것을 인도에 요구하고 있다.

이번 사건으로 지난해 10년 만에 재개된 캐나다-인도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은 무기한 연기되는 등 양국 갈등의 골은 더욱 깊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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