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외교 분야에서 터진 잇단 악재로 곤욕을 치른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가 서민들이 애용하는 지역사회 식료품점에 깜짝 등장했다. 청바지 차림의 트뤼도 총리는 크게 놀란 상점 고객 및 종업원들과 일일이 인증사진 촬영을 하는 등 소탈한 모습을 보여줬다. 이를 두고 최근 지지율이 곤두박질치는 트뤼도 총리가 민생 행보로 민심을 다독이려는 것이란 풀이가 나온다.
6일 온타리오주(州) 케임브리지의 지역 언론 ‘케임브리지투데이’에 따르면 트뤼도 총리는 이날 오후 대형 유통업체에 속하지 않은 독립 식료품점 ‘데시(Desi) 푸드마켓’을 찾았다. 상점 주인과 종업원들도 불과 1시간 전에야 트뤼도 총리의 방문 소식을 경호원 등으로부터 들었을 만큼 극도의 보안 속에 진행된 일정이었다.
트뤼도 총리는 양복 대신 반소매 셔츠에 청바지를 입은 수수한 차림이었다. 그는 식료품점 내부를 둘러보던 중 “함께 사진을 찍고 싶다”고 말하는 이가 있으면 수시로 멈춰 포즈를 취해주는 매너를 선보였다.
이날 행사는 트뤼도 총리와 같은 자유당 소속이자 케임브리지를 지역구로 둔 브라이언 메이 하원의원의 제안으로 성사됐다. 메이 의원은 케임브리지투데이에 “총리를 우리 지역의 독립적 식료품점에 데려올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며 “이것이 총리가 하는 일로, 보기에 무척 좋았다”고 밝혔다.
캐나다 연방정부는 최근 대형 식료품점 최고경영자(CEO)들과 대립각을 세우고 나섰다. 2020년 시작된 코로나19 대유행 기간 대형 식료품점들이 서로 담합해 가격을 터무니없이 올렸다는 의혹이 제기된 데 따른 것이다. 정부는 국민들에게 “코로나19로 고통받는 캐나다 국민들을 등진 채 자기네 이익만 챙긴 대형 식료품점 CEO들에게 책임을 묻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이 점을 의식한 듯 메이 의원은 “트뤼도 총리의 식료품점 방문은 정부 지도자가 직접 나서 국민들과 소통하고 소규모 독립 상점들이 직면한 문제들을 볼 수 있는 훌륭한 방법”이라고 말했다. 이어 “우리는 캐나다인이 가급적 저렴하게 생계를 꾸려갈 수 있도록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또 트뤼도 총리가 자신의 지역구를 찾아 지역 주민들과 만난 점에 대해 깊은 감사의 뜻을 표했다.
데시 식료품점의 사장도 트뤼도 총리와의 면담이 매우 유익했다고 케임브리지투데이에 전했다. 그는 “우리는 지역사회 소비자들을 위해 가급적 싸게 물건을 들여오려 하지만 각종 규제에다가 수수료까지 더하면 가격이 올라갈 수밖에 없다”며 트뤼도 총리한테 이같은 애로사항을 전달하고 시정을 요구했다고 소개했다.
트뤼도 총리는 얼마 전 캐나다 국적의 시크교도 분리주의 운동단체 지도자가 밴쿠버에서 총에 맞아 사망한 사건 배후에 인도 정부가 있다며 캐나다 주재 인도대사관 외교관을 추방했다. 그런데 캐나다의 맹방인 미국, 영국, 호주 등은 화끈하게 캐나다 편을 드는 대신 인도 눈치를 보는 듯한 태도를 취했다. 인도는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언성을 높이며 자국 주재 캐나다 외교관 추방으로 맞대응했다. 이를 두고 캐나다 정가와 언론계에선 “캐나다와 트뤼도 총리가 국제사회에서 완전히 고립된 모양새”라고 지적했다.
최근에는 나치 부역자 찬양 논란까지 불거졌다. 러시아와 싸우는 우크라이나의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이 지난 9월 캐나다 하원을 방문했을 때 하원의장이 방청석에 앉아 있던 우크라이나계 캐나다인 야로슬라프 훈카(98)을 가리켜 “제2차 세계대전 영웅”이라고 소개한 것이 화근이었다. 그날 하원의장의 특별한 초청으로 의사당을 찾은 훈카는 알고 보니 2차대전 때 나치 독일 편에서 싸운 인물이었다. 트뤼도 총리를 비롯해 훈카한테 기립박수를 보냈던 이들은 체면을 완전히 구겼다. 국내외에서 ‘캐나다 의회와 정부가 나치 부역자를 찬양했다’는 비판이 제기되자 하원의장은 사퇴하고 트뤼도 총리는 대국민 사과를 했다.
지난 5일 발표된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여당인 자유당의 지지율은 26.5%로 야당인 보수당(37.9%)보다 크게 뒤진 것으로 나타났다. 트뤼도 총리의 지지율은 고작 23%에 그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