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하원에서 최초의 흑인 하원의장이 탄생했다.
3일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캐나다 하원은 이날 그레그 퍼거스 자유당 의원을 하원의장으로 선출했다.
이는 앞서 전임 앤서니 로타 전 하원의장이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나치에 부역했던 군인을 캐나다 의회에 초청해 전쟁 영웅으로 잘못 소개하면서 찬사를 받게 해 국내외에서 큰 논란이 일자 사임한 데 따른 것이다.
이후 새로운 하원의장을 선출하기 위해 7명의 후보가 경쟁에 나섰고, 이날 비밀투표를 거쳐 퍼거스 의원이 338명으로 구성된 캐나다 하원을 대표하는 새로운 의장으로 선출됐다.
이에 따라 퍼거스 신임 하원의장은 1867년 캐나다 자치 정부 탄생 이래 최초의 흑인 하원의장이 됐다.
이날 퍼거스 의장은 캐나다의 오랜 전통에 따라 쥐스탱 트뤼도 총리와 피에르 포일리에브르 캐나다 야권 대표의 손에 ‘싫은 척’ 이끌려가는 모습을 보였다.
퍼거스 의장은 당선 후 첫 연설에서 “하키에 비유하면 의장은 심판에 불과하다. 아무도 심판을 보려고 돈을 내지 않는다. 사람들은 스타들, 바로 여러분을 보러 간다”며 동료 의원들에게 서로 존중해달라고 당부했다. 이어 “정치가 고귀한 일이라는 것을 보여줄 것”이라고 말했다.
트뤼도 총리도 “오늘 당신은 최초의 흑인 캐나다 하원의장이 됐다”며 “모든 캐나다인, 특히 정치에 참여하기를 원하는 젊은 세대에게 영감을 줄 것”이라고 축하의 뜻을 밝혔다.
앞서 로타 전 하원의장은 지난달 22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캐나다 의회를 방문한 자리에서 야로슬라프 훈카라는 이름의 98세 퇴역 군인을 소개하며 “전쟁 영웅”이라고 칭송했다. 그는 “제2차 세계대전에서 러시아에 대항하며 우크라이나의 독립을 위해 싸운 투사”라면서 “우크라이나와 캐나다를 위해 싸운 그에게 감사를 표한다”고 말했다.
이에 젤렌스키 대통령 부부와 트뤼도 총리를 비롯해 캐나다 하원 의원들은 모두 자리에서 일어나 기립 박수를 보냈다. 하지만 훈카는 전쟁에서 나치 친위대(SS)의 우크라이나 사단 소속 대원으로 활동했다가 캐나다로 이주한 인물로 드러나며 논란이 확산됐다.
이에 로타 전 의장은 훈카의 나치 연루 사실을 몰랐다면서 사과했다. 그는 “젤렌스키 대통령의 방문과 의회 합동 연설에서 내가 저지른 실수에 대해 깊은 유감을 표한다”며 사퇴 의사를 표명했다. 이후 트뤼도 총리도 역시 이번 사안에 대해 “의회와 캐나다를 매우 당황하게 만든 실수”라며 공식적으로 사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