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정부가 세계 최초로 미래 탄소배출권을 매입하기로 결정했다. 환경 기술을 개발하는 스타트업 투자를 활성화하기 위한 정책의 일환이다. 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등 자국 산업을 보호하는 정책에 대응하기 위한 조치라는 분석도 나온다.
20일 블룸버그에 따르면 캐나다 연방정부의 투자기관인 캐나다 성장기금(CGF)은 탄소 포집 스타트업인 엔트로피로부터 향후 15년간 매년 100만 미터 t 규모의 탄소배출권을 매입하기로 결정했다. 미래 탄소배출권을 미리 구매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CGF에 따르면 캐나다 정부도 엔트로피로부터 탄소배출권을 t당 86.5캐나다달러(약 8만 4500원)에 구입할 예정이다. 매년 18만 5000t씩 매입한다. 엔트로피는 정부로부터 받은 투자금으로 앨버타주의 글래시어 가스 플랜트를 확장할 예정이다. 천연가스 연소 후에 나오는 탄소를 포집하는 설비 중 하나다.
CGF와 엔트로피가 맺은 계약에 따라 캐나다 앨버타주 외에 다른 지역에서 탄소 포집을 할 경우 정부가 매년 41만 5000t 규모의 탄소배출권을 추가 구매할 예정이다. 천연가스 연소 후 탄소를 포집하는 기술이 상용화될 경우 매년 40만 미터 t 규모의 배출권을 더 매입한다.
CGF는 탄소배출권 가격이 오를 것이라고 관측한 뒤 t당 가격을 86.5캐나다달러로 책정했다. 총투자 규모는 10억달러다. 실제 상용화 속도와 프로젝트 규모에 따라 투자금이 변경될 수 있다.
시장에서는 캐나다 정부가 탄소배출권을 매입한 것이 사실상 보조금 정책과 같다고 평가한다. 탄소 포집 설비를 확장할수록 정부로부터 탄소배출권 비용을 앞당겨 받을 수 있어서다. 미국의 IRA에 맞서기 위한 대응책이라는 분석이다.
사실상 CGF가 기업들에 가격 하한선을 제시했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탄소배출권을 매입하면서 차액 계약을 맺었기 때문이다. 미래 탄소배출권 가격과 상관없이 정부가 미리 투자금을 회수할 수 있는 가격을 정했다. 이를 통해 스타트업은 가격 하락에 대한 우려를 제거하게 된다. 공적 자금으로 탄소배출권의 최저 가격을 지정한 셈이다.
CGF는 이번 계약의 성격은 보조금이 아니라 투자라고 해명했다. CGF는 엔트로피의 회사채를 2억캐나다달러어치 매입했다. 향후 엔트로피 지분으로 전환할 수 있는 채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