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교에 허리(청년) 세대가 줄고 있다. 어린이들까지 합하면 사실상 기독교의 세대 구조는 역삼각형에 가깝다. 하체 부실이다. 주요 교단들이 매해 발표하는 교세 통계가 이러한 점들을 반증한다. 청년 세대를 들여다보면 대학생 청소년 유년까지 도미노 현상의 위기가 감지된다.
미주 한인 교계도 크게 다를 바 없다. 지난달 27일 ‘기독 청년의 신앙과 교회 인식 조사’ 결과가 발표됐다. 교회탐구센터 목회데이터연구소 21세기교회연구소 실천신학대학원대학교 등이 공동조사했다. 청년 세대를 알아야 미래를 대비할 수 있다. 이번 조사가 청년 사역에 암시하는 바는 크다.
기독 청년 10명 중 8명(79%)은 “우리 세대는 부모 도움없이 내 집 마련을 할 수 없다”고 대답했다.
결과(중복 응답 가능)를 보면 “우리는 은퇴 후 기성 세대보다 경제적으로 못한 삶을 살 것 같다”(78.4%) “우리 세대는 기성 세대의 20~30대 시절보다 불행하다”(68.9%)는 응답 순이다.
경제적 문제와 관련해 현실도 미래도 비관적으로 보고 있는 셈이다.
청년들은 공공 보다는 개인과 관련한 문제를 심각하게 여겼다.
청년들은 사회가 직면한 문제점에 대해 경제적 양극화(36.9%) 일자리(취업 문제ㆍ34.3%) 부동산(28.7%) 문제 등을 꼽았다. 반면 정치적 갈등(11.7%) 사회적 공정성(11.4%) 성평등(6%) 북한과의 관계(2.3%) 등의 이슈는 상대적으로 관심사가 낮았다.
오렌지카운티 지역 한 교회에서 청년 사역을 담당하는 김모 목사는 “미주 한인 청년들도 크게 다를 바 없다. 특히 이민자 또는 유학생이다 보니 일자리나 경제적 문제에 대한 어려움이 많다”며 “사회적 문제에 대해서도 관심은 있지만 현실에서 경제적 사회적으로 자리를 잡지 못한 경우가 많아서 심도있는 고민을 하기에는 여유가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러한 현실 인식이 바탕된 가운데 기독 청년들에게 ‘성경적인 삶’은 어떤 것일까.
청년 5명 중 2명(40.4%)은 “성경 말씀을 지키며 살면 이 사회에서는 성공할 수 없다”고 응답했다.
또 응답자 5명 중 3명(61.7%)은 “성경 말씀을 지키며 사는 사람은 내 주위에는 별로 없다”고 답했다.
보고서에는 “기독 청년들이 현실의 삶과 성경적 가르침 사이의 괴리를 느끼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성경대로 사는 것이 비현실적이라는 인식을 강하게 드러내고 있다”고 전했다.
청년들은 상당히 현실에 치중하고 있었다.
요즘 생활 관심사에 대한 질문에 경제적 여유(47.9%) 안정적 일자리(27.4%) 부동산(21.7%)에 대해서는 관심도가 높지만 종교 혹은 구원(10.4%)에 대한 관심은 낮았다.
경제적으로 안정적이지 못해서일까. 결혼 의향에 대한 질문에는 2명 중 1명이 “결혼할 생각이다”(55.6%)라고 답했다. “아직 잘 모르겠다”(27.6%) 또는 “결혼할 생각이 없다”(16.7%) 등 결혼에 대한 확신이 없는 응답도 절반 가까이 달했다.
LA지역 한 중대형교회에 출석중인 이모(29)씨는 “물론 결혼은 하고 싶다. 그래서 연애도 열심히 하고 싶은데 경제적으로 준비되지 못한 부분이 가장 큰 걸림돌”이라며 “이민사회에서도 짝을 만나기 어려운 부분도 있지만 현실적인 문제가 더 크다”고 말했다.
반면 ‘결혼’ 자체에 대한 의미에는 동성결혼 부분을 제외하고 상당히 열린 견해를 갖고 있었다.
‘동성결혼은 죄를 짓는 것인가’라는 질문에 67.6%의 응답자가 “그렇다”고 답했다.
그러나 “같은 기독교 신자가 아니어도 결혼할 수 있다”(50.9%) “이혼은 성경 말씀을 어기는 게 아니다”(60.9%) “혼전순결은 지키지 않아도 된다”(52.7%) “결혼하지도 않고 출산한다고 성경을 어기는 게 아니다”(53.7%) 등의 응답이 많았다.
교회를 스스로 출석하게 된 경우는 거의 없었다.
대부분 ‘가족의 영향(77.4%)’이라고 답한 응답자가 많았다. ‘친구 또는 지인의 전도(17.1%)’ ‘스스로(5.4%)’라고 밝힌 응답자는 상대적으로 적었다.
교회 출석과 관련 모태신앙(52.6%) 유치원 이전(4.7%) 유치원 시절(7%) 등 사실상 교회는 유년 시절부터 출석한 경우가 전체 응답자 중 64.6%에 달했다. 초등학교 이후부터 교회를 나간 경우는 거의 없었다. 본인 신앙에 영향을 미친 요인에는 역시 ‘부모(60.3%)’라고 답한 응답자가 가장 많았다. 그만큼 부모가 자녀에게 신앙적으로 미치는 영향력을 컸다.
향후 교회 생활에 대한 지속 의향에 대해서는 5명 중 2명(39.9%)이 “기독교 신앙은 유지하지만 교회는 잘 안나갈 것 같다”고 응답했다. 소위 교계에서 이슈가 된지 오래인 ‘가나안 교인(교회를 ‘안 나가’는 교인을 일컫는 신조어)’이 계속 생겨날 수 있다는 의미다.
출석 교회에 불만족을 느끼는 이유에 대해서도 물었다.
가장 불만을 느끼는 이유(중복 응답 가능)는 ‘교회 지도자들의 권위주의적 태도(34.9%)’라고 답한 응답자가 가장 많았다. 이어 ‘시대의 흐름을 좇아가지 못하는 고리타분함(31.4%)’ ‘교인간 사랑이 없는 형식적 관계(25.6%)’ ‘교회 지도자들의 언행 불일치의 삶(23.3%)’ 등의 순이었다.
반면 ‘교인들의 삶이 도덕적이지 않음(15.1%)’ ‘교회 성장 제일주의(14%)’ ‘불투명한 재정 사용(9.3%)’ 등의 응답은 낮은 편이었다.
출석 교회에 만족하는 기독 청년들은 주된 이유로 ‘교인 간 진정성 있는 관계와 교제(33.3%)’ ‘사회적 책임 역할 수행(31.2%)’ ‘교회가 영적인 해답을 줌(27.5%)’ 등을 꼽았다.
보고서는 이와 관련 “소형 교회에 출석하는 청년은 ‘교인간 진정성 있는 관계와 교제’를 1000명 이상의 교회에 출석하는 교인은 ‘사회적 책임 역할과 수행’을 꼽았다는 점”이라고 분석했다.
기독 청년들이 꼽는 바람직한 교회 상은 주로 3가지였다.
‘사회에 올바른 방향을 제시하는 교회(37.7%)’ ‘개인에게 마음의 치유와 회복을 주는 교회(36.9%)’ ‘기독교 복음을 충실히 전하는 교회(35.7%)’ 등을 바람직한 교회 이미지로 꼽았다.
청년들은 다니고 싶은 교회 이미지로 ‘설교가 은혜로운 교회(50.4%)’를 1위에 꼽았다. 이어 ‘목사의 인품이 훌륭한 교회(38.3%)’ ‘교인 간 사랑과 교제가 활발한 교회(37.3%)’가 압도적으로 높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