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의 자존심 버터를 놓고 요즘 논란이 뜨겁다. 버터가 상온에서 잘 녹지 않는 이유가 소먹이로 팜유를 쓰기 때문이라는 비판이 최근 제기됐고, 이를 의식한 캐나다 축산협회가 회원 농가에게 당분간 사료에서 팜유를 뺄 것을 권고했다.
협회는 그러나 10년 넘게 써온 팜유가 최근에서야 문제로 떠오른 것에 대해 영문을 모르겠다는 반응이고 반대 입장에서는 코로나 사태로 버터 수요가 늘자 생산을 촉진하기 위해 팜유를 과도하게 사용한 결과라고 맞받아쳤다.
주초 달하우지 대학 소속 식품과학자 실베인 샤를르보아(Sylvain Charlebois) 씨는 CBC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자신이 지난 수개월간 버터를 놓고 조사해온 결과를 소개했다. 그는 지난해 언제부턴가 시중에서 판매되는 일반 버터가 유독 딱딱하고 상온에 오래 놔둬도 녹지 않는 사실을 발견하고 조사에 들어갔다고 밝혔다.
그는 일반 버터와 친환경유기농 버터를 구해 갓 구운 빵 2쪽 위에 각각 올려놓고 녹는 시간과 정도를 비교했다. 그에 따르면 유기농 버터는 얼마지 않아 구수한 냄새와 함께 먹기 좋게 녹아내렸고 칼로 빵에 발랐을 때 퍼지는 감도 부드러웠다. 같은 시간 올려진 일반 버터는 응고 상태가 여전히 유지돼 바르는 느낌도 뻑뻑할뿐더러 냄새도 거의 나지 않았다고 그는 밝혔다.
샤를르보아 씨는 두 가지 버터가 이처럼 다른 이유를 찾기 위해 자신이 알고 있는 축산농가, 축산물 가공업체, 식품공학자, 수의학 관계자 등에 문의하며 조사한 끝에 축산농가에서 소 사료에 함께 먹이는 팜유에 원인이 있음을 밝혀냈다. 그는 전문적인 용어 “팔미트산(팜유에 포함된 한 성분)이 우유의 포화지방을 늘리고, 이는 다시 버터의 응고점을 높인다”고 설명했다.
샤를르보아 씨는 “소에게 팜유를 먹이는 것은 우유의 지방 함량을 높이는 가장 쉬운 방법”이라고 지적하면서도 그 관행 자체를 문제로 삼진 않았다. 연방 농림부가 10여 년 전 각 주 재량으로 팜유를 소 사료로 사용할 수 있도록 허용했고, 미국, 영국, 호주, 뉴질랜드 등 유명 축산국에서도 이것이 관행으로 굳어져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가 주목하는 것은 2년 전부터 농가에서 사용하는 팜유의 양이 부쩍 늘었다는 사실이다. 더구나 지난해 코로나 사태로 집에서 요리하는 인구가 늘어남에 따라 버터 수요가 증폭돼 버터 생산에 대한 압박이 부쩍 커졌다는 것도 그가 의심하는 정황이다. 진열대에 늘어난 버터가 대부분 지방 성분을 늘려 양을 채웠다는 의심이다.
캐나다 유명 일간지 글로브앤드메일(Globe & Mail)이 이 같은 사실을 처음 보도했고 CBC가 이어 증폭시킴에 따라 축산농가를 바라보는 국민의 시선이 급속도로 냉랭해졌다. 우유의 질과 버터는 지난해 뜨거웠던 미국과의 축산물 무역 분쟁이 대변하듯 캐나다 축산 농가의 대표적 자존심이다.
정부는 농가 쿼터제를 통해 아무나 우유와 유제품을 생산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 독점에 가까운 권리를 허용해준 만큼 그 대가로 농가와 축산업계는 품질을 보증해야 한다는 불문율이 소비문화로 정착된 지 오래다. 따라서 이번 사실의 노출로 소비자의 기대를 저버린 축산농가와 그 업계에 대한 배신감마저 일컬어지는 실정이다.
사정이 이쯤 되자 캐나다 축산협회(Dairy Farmers of Canada)는 24일 회원들에게 소 사료에서 팜유를 뺄 것을 당부했다. 협회는 이에 대해 회원들이 생산하는 우유와 유제품에 문제가 있다기보다는 “품질 관리 차원에서 선제적인 주의를 기울이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협회는 또한 관련 전문가들로 구성된 위원회를 발족해 “유제품의 지방성분 보충을 위한 이슈”를 연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협회는 이 연구팀이 관련 사항을 조사하고 그에 따른 결론을 내기 전까지 소에게 팜유를 먹이는 관행을 중지시킬 방침이다.
협회는 그러나 사료를 통해 우유의 지방성분을 강화시키는 것은 불가피한 일이라고 설명한다. 고든 맥비스(Gordon MacBeath) 회장은 CBC와의 인터뷰에서 “소도 사람처럼 먹이를 통해 단백질과 에너지원을 공급받아야 한다”면서 “팜유가 지난 십여 년간 이 에너지 공급원 역할을 하면서도 인체에 해를 끼치거나 우유 제품의 품질을 떨어트리는 일은 없었다”고 토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