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일부 유명 종교인의 사치스런 생활을 폭로하는 인스타그램이 화제를 모으고 있다.
22일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이 계정의 운영자는 미 댈러스에 거주 중인 벤 커비(31)다.
그는 한 동영상 속에서 찬송가를 부르는 목회자가 자신의 한 달 월세에 달하는 가격의 스니커즈를 신고 있는 것을 보고 어떻게 그런 생활이 가능한지 의문을 품었다고 한다. 또 미국에서 가장 인기 있는 설교자 중 한 명인 스티븐 퍼틱 목사가 거의 매주 새로운 디자이너 의상을 입고 등장한다는 것도 그의 시선을 끌었다.
커비는 2019년부터 이런 사람들이 입고 신는 것이 무엇인지 알려주는 게시물을 인스타그램에 올리기 시작했다. 비싼 운동화를 신은 목사의 발치를 찍고 가격표를 제시하는 식이다. 유명 종교인의 이른바 ‘풀소유(무소유의 반대말로 모든 것을 소유했다는 의미)’ 폭로에 나선 것이다.
그의 게시물이 인기를 끌면서 처음 400명 정도이던 팔로워는 한 달 만에 10만 명을 넘어섰고, 현재는 22만명에 달한다고 WP는 전했다.
그에게 포착된 대표적 종교인은 가수 저스틴 비버와도 친분이 있는 주다 스미스로 그가 입은 3600달러짜리 구찌 재킷과 한 벌에 980달러인 바지가 화제가 됐다.
댈러스 지역 목사이자 영화 제작자인 T.D 제이크스는 성직자에겐 다소 사치스러워 보이는 1250달러루부탱 가방을 허리에 두른 모습이 사진에 찍혔다.
마이애미에서 활동하는 목사인 기예르모 말도나도의 2541달러짜리 악어 벨트도 커비의 눈을 피해 가지 못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가장 신뢰한다는 폴라 화이트도 커비의 단골 타깃이다.
커비는 특히 최근에는 값비싼 운동화를 신는 성직자들이 늘었다고 전했다.
그의 게시물에 등장하는 목사 존 그레이가 신은 나이키 에어 이지 2 레드 모델의 경우 되팔 경우 한 켤레에 5600달러를 넘어선다. 커비는 이런 사례를 모아 ‘목회자와 스니커즈’라는 책까지 낼 예정이다.
물론 ‘연예인급’의 성직자는 신도들로부터 고가의 신발과 옷을 선물 받는 일이 많다.
하지만 목회자가 사치를 즐길 수 있는 원천은 이뿐 아니다. WP는 “2019년 미국 성직자의 평균 급여는 5만3180달러로 추산되나 인기 목회자들의 벌이는 이보다 훨씬 많다”면서 “유명 목회자들은 베스트셀러 서적과 앨범을 제작해 돈을 벌고, 교회에서도 상당한 급여와 주거수당을 받는다”고 전했다.
일부 유명 목회자는 ‘굿즈’를 팔아 짭짤한 수입을 거두기도 한다. ‘예수가 일하신다’라고 적힌 50달러짜리 양말, ‘성령’이란 글씨가 새겨진 225달러(25만원)짜리 셔츠를 파는 곳도 있다.
현지에선 커비의 게시물이 대중의 호기심을 자극하면서도 “복음을 팔아 신도들은 꿈도 못 꿀 막대한 수입을 내고 사치를 즐기는 게 적절한가”라는 질문을 던지고 있다고 평가한다.
커비는 “일부 목사들은 자신만 쓸 수 있는 전용 출입구, 전용 주차구역, 비서들을 거느리며 신도들을 향해서는 교회에 충실한 만큼 신의 가호가 따를 것이라고 한다”면서 “목회자라고 패션이나 스타성을 포기하라는 이야기는 아니지만, 지금보다는 훨씬 더 투명해져야 하고 책임감도 가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WP는 인스타그램 계정에 등장하는 여러 목회자와 접촉해 입장을 물었지만 아무도 답하지 않았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