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코로나19 팬데믹을 계기로 상승세에 탄력을 받았던 전 세계 부동산 시장 붐이 마침표를 찍고 있다. 올들어 치솟는 인플레이션(물가상승)과 이에 대응한 각국 중앙은행의 금리 인상이 가계의 주택 구입 여력과 이자 비용을 눈덩이처럼 불려 놨기 때문이다.
■ 캐나다·뉴질랜드 집값 8%↓
18일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아시아부터 유럽, 중남미, 미국에 이르기까지 전 세계 주택 시장 붐이 이제 끝물로 접어들고 있다. 전 세계 집값 상승세를 주도했던 캐나다, 뉴질랜드 등의 집값 하락세가 특히 두드러진다.
캐나다의 6월 평균 집값은 올해 초 사상 최고치에 비해 8% 가까이 하락했다. 뉴질랜드 역시 6월 집값이 지난해 기록한 사상 최고치보다 8% 급락했다. 2020년 팬데믹 이후 최대 월간 낙폭이다.
부동산 컨설팅 업체 나이트프랭크에 따르면 브라질, 칠레, 스페인, 핀란드, 남아프리카공화국, 인도 등에서도 인플레이션을 감안한 실질 주택 가격이 내렸다.
미국 집값은 여전히 사상 최고치 행진을 지속하고는 있지만 열기가 이전만 못하다. 미 주요 대도시 집값 평균치를 토대로 작성되는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코어로직케이스실러 전미주택가격지수는 전년동월 대비 상승률이 4월 20.4%를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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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전히 높은 상승세를 보이고 있지만 전망은 어둡다. 미 주택담보대출(주담대·모기지) 금리가 지난해 말 2.66%에서 지금은 그보다 2배 이상 높은 6%를 넘나들고 있어 중저가 집을 중심으로 주택 수요가 위축되고 있다.
나이트프랭크에 따르면 전 세계 주택가격 지수는 올 1분기 2020년 대비 19%, 인플레이션을 감안하면 10% 폭등했지만 지난해 1분기를 기준으로 하면 상승폭이 3.9%로 크게 좁아졌다.
■ 금리인상이 집값 상승세에 제동
각국 중앙은행의 금리 인상을 비롯한 통화긴축이 집값 상승세에 제동을 걸고 있다. 미 연방준비제도는 3월 팬데믹 이후 첫 금리 인상에 나서 0.25%p 금리를 올렸고, 5월에는 인상폭을 0.5%p로 확대한 뒤 지난달에는 이를 0.75%p로 더 높였다. 오는 26~27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는 한때 1.0%p 인상에 나설 것이란 전망이 유력했지만 지금은 0.75%p 인상으로 굳어지고 있다.
캐나다은행(BOC)은 이번 금리인상 시기에 주요국 중앙은행 가운데 처음으로 13일 1.0%p 금리인상을 단행했다. 캐나다 모기지 금리가 2009년 이후 최고 수준으로 치솟으면서 6월 주택판매는 1년 전보다 24% 급감했다. 토론토의 경우 5월 주택판매가 전년동월비 40% 줄었다.
중앙은행의 금리 인상은 특히 변동성금리를 택하는 비율이 높은 국가를 중심으로 부동산 시장을 강하게 위축시킬 전망이다.
‘중앙은행의 중앙은행’으로 불리는 국제결제은행(BIS)에 따르면 호주는 전체 모기지의 85%가 시중 금리 변동에 따라 금리가 매월 바뀌는 변동금리 모기지다. 폴란드는 이보다 더 높아 98%에 이른다.
모기지 대부분이 변동금리를 적용하고 있다.
부동산 시장이 10년 넘는 호황을 탔던 뉴질랜드에서도 변화가 감지된다. 뉴질랜드 집값은 2020년과 2021년 45% 폭등했지만 지난달에는 주택가격 중앙값이 지난해 최고치 92만5000뉴질랜드달러(약 7억5000만원)에 비해 8% 하락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