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몸 시위에 ‘화들짝’… 숄츠, 에너지 구하러 캐나다行

독일 총리관저를 시민들한테 개방하는 행사 도중 여성들이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 앞에서 상의를 벗고 러시아산 천연가스 수입 금지를 촉구하는 돌발상황이 벌어졌다. 러시아산 가스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독일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에도 선뜻 가스 금수 조치를 단행하지 못하고 있다. 가스 수요가 급증하는 가을과 겨울을 앞두고 정부의 고심이 깊어지는 가운데 숄츠 총리는 새로운 에너지 공급망을 찾아 캐나다로 떠났다.

21일 베를린에선 연방정부 청사 및 기관장 집무실 등을 시민들한테 투명하게 공개하는 행사가 열렸다. 총리관저도 예외가 아니어서 숄츠 총리는 자신의 관저를 찾은 시민들에게 총리 전용 헬기 등을 보여주고 특히 어린이들과 일일이 악수를 나눴으며 원하는 이들과는 ‘셀카’(셀프카메라)도 찍었다.
그런데 숄츠 총리가 시민들과의 기념촬영을 위해 이동하던 중 돌발상황이 벌어졌다. 관람객들 사이에 섞여 있던 여성 2명이 갑자기 숄츠 총리 쪽으로 달려가더니 순식간에 상의를 모두 벗어던진 것이다. 이들의 맨몸에는 영어로 ‘당장 가스 수입 금지’(GAS EMBARGO NOW)라고 적혀 있었다.

즉각 경호원들이 여성들을 제압해 다른 장소로 데려가는 것으로 소동은 막을 내렸다. 상반신을 노출한 여성들이 곁에 있는 동안 당황한 듯 시선을 어디에 둘지 몰라 당황하던 숄츠 총리는 장내가 정리된 뒤 예정대로 시민들과 기념사진을 찍는 등 남은 일정을 소화했다.

독일 dpa 통신은 여성들의 상의탈의 시위가 “우크라이나 전쟁과 관련해 독일의 러시아산 가스 수입 금지를 요구하는 항의의 일환”이라고 보도했다. 이어 “독일은 러시아에 대한 서방의 광범위한 제재 속에서도 여전히 러시아산 가스에 의존해 전력을 공급하고 있다”며 “정부는 물론 의회 의원들도 심각한 경제적 여파를 우려해 수입 금지 요구에 난색을 표해왔다”고 덧붙였다.

문제는 이런 독일을 바라보는 국제사회 시선이 점점 싸늘해지는 점이다. 당장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독일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한테 전쟁에 쓸 자금을 갖다 바치는 꼴”이라고 맹비난한 바 있다. 우크라이나 지원에 열심인 폴란드 같은 나라들도 “독일이 과연 유럽연합(EU) 지도국의 책임을 다하고 있는지 의문”이라며 회의감을 드러내고 있다.

dpa 통신에 따르면 숄츠 총리는 이날 로베르트 하벡 부총리 겸 경제·기후부 장관을 대동하고 대서양을 건너 캐나다로 출장을 갔다. 하벡 장관의 대동은 이번 캐나다 방문의 성격이 뭔지 짐작케 한다. dpa 통신은 “독일이 러시아산 가스를 끊기 위해 노력하는 와중에 하벡 부총리는 ‘에너지 수입 다변화’의 사명을 띠고 카타르, 아랍에미리트(UAE), 노르웨이 같은 국가들을 찾아 에너지 외교를 펼쳐왔다”고 소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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