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에서 가장 이민 친화적인 나라로 꼽히는 캐나다가 주택난 심화로 외국인 유학생 수를 제한하기로 했다.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캐나다 이민부는 22일 외국인 유학생에게 발급하는 학생 비자의 수를 제한하고, 일부 대학원생에 대한 취업 허가도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이에 따라 캐나다는 앞으로 유학생 비자 건수에 2년간 일시 상한제를 적용해 올해는 지난해보다 35% 적은 약 36만명에게만 비자를 발급할 예정이다.
마크 밀러 이민부 장관은 “높은 비용을 받고도 질 낮은 서비스를 제공하는 대학에 다니는 학생들을 보호하는 동시에 주택과 의료 및 기타 서비스에 대한 압박을 완화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캐나다는 최근 급격한 인구 증가로 인해 주택 공급난이 심화하면서 집값이 치솟고 있다. 캐나다의 주택 임대료는 지난 2년 동안 22% 상승했고, 지난해 12월 임대료는 전년 대비 7.7% 상승했다. 캐나다 중앙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기준 주택구입부담지수는 1982년 이후 두 번째로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캐나다는 지난 몇 년간 선진국 중 이례적으로 기록적인 수준의 인구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2022년 한 해 동안 100만명 이상의 인구가 증가했고, 2023년 1~9월에도 60여년 만에 역대 가장 빠른 속도로 인구가 증가했다.
한국을 비롯한 세계 주요 국가들의 가장 큰 고민이 인구 감소인데 반해 캐나다의 인구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는 이유는 대부분 이민과 유학 등 해외 유입에서 비롯된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해 3분기 기준 인구 증가의 96%는 국제 이주로 집계됐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캐나다의 외국인 학생 수는 10년 만에 3배 가량 증가해 2023년에는 100만명을 넘어섰다.
해외 유입으로 인한 급격한 인구 증가 문제는 이민 친화 정책으로 많은 이민자들을 받아들여왔던 캐나다 정부에도 압박을 주고 있다. 캐나다는 그간 이민자를 적극적으로 수용해 저출생 문제에 잘 대응해왔다는 평가를 받아왔지만, 최근 이민자 수가 폭증하면서 이에 회의적인 시각들도 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인플레이션으로 건설 경기가 둔화된 가운데, 주택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해 집값이 크게 오르면서 이민자와 유학생이 주택 가격 상승을 견인하고 있다는 반감이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이는 2025년까지 연간 신규 이민자 수를 50만명으로 늘리겠다는 목표를 세웠던 쥐스탱 트뤼도 정부의 지지율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 최근 여론조사에 따르면 지금 당장 선거가 치러질 경우 여당이 선거에서 패배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각에서는 주택난에 대한 책임을 유학생과 이민자들에게 돌린다는 비판과 함께 이번 조치가 캐나다 경제에 타격을 줄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된다. 캐나다 유학생들은 일반 학생들에 비해 평균 5배 많은 학비를 지불하고 있는데, 이들은 매년 캐나다 경제에 약 220억 캐나다달러(약 21조 8169억원) 규모의 기여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유학생 유입이 적어지면 대학과 교육 기관들도 타격을 받을 수 있다. 또 그간 유학생들이 자금 증명을 위해 보유해야 하는 투자보증서(GIC)를 판매해 수익을 얻어왔던 캐나다 은행 역시 영향을 받을 수 있다.
뿐만 아니라 많은 캐나다 기업과 상점들이 이미 외국인 노동력에 상당 부분 의존하고 있다. 캐나다 전역에서 약 10만개의 일자리가 노동력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2023년 요식업 종사자 110만 명 중 유학생 비중은 4.6%에 달한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