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가려는 캐러밴 vs 막으려는 군경…과테말라서 격렬 충돌

과테말라, 최루가스·몽둥이 동원해 중미 온두라스 수천명 북상 저지

미국에 가기 위해 중미 온두라스에서 출발한 ‘캐러밴’ 이민자 행렬과 이들의 이동을 저지하려는 과테말라 군경이 격렬하게 충돌했다.

17일(현지시간) 로이터·AP통신 등에 따르면 과테말라 군경은 이날 온두라스와의 국경 부근 고속도로에서 최루가스와 몽둥이를 동원해 이민자 수천 명을 저지하고 나섰다.

외신의 사진과 영상엔 도로 위에 경찰과 군인들이 겹겹이 쌓은 인간 바리케이드를 이민자들이 막무가내로 밀고 들어오는 모습과 경찰이 이들을 향해 마구 봉을 내리치는 모습 등이 담겼다.

이민자들은 지난 15일 온두라스의 산페드로술라에 모여 함께 출발한 이들이다. 고국의 폭력과 빈곤 등을 피해 미국으로 가려는 중미 이민자들은 미국행 성공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대규모로 무리를 지어 이동하곤 한다. 이러한 이민자 행렬을 ‘캐러밴’이라고 부른다.

도보로, 또는 화물차나 기차에 올라타고 과테말라와 멕시코를 거슬러 올라가서 미국·멕시코 국경에 도착하는 것이 이들이 목표다.

1차 경유지인 과테말라는 국경 감시를 강화해 15, 16일 사이 무단 입국을 시도하는 온두라스 이민자들 1천 명가량을 돌려보냈으나, 점점 불어난 이민자들이 한꺼번에 국경을 뚫었다.

[https://youtu.be/9xoAyv6dWEw]

과테말라 당국에 따르면 15일 이후 9천 명의 온두라스 이민자들이 과테말라로 진입했다.

이후 과테말라 군경은 국경 근처 고속도로를 봉쇄하고 이들이 멕시코를 향해 북상하지 못하도록 막고 있다.

군경의 삼엄한 저지에 발이 묶인 온두라스 이민자 호아킨 오르티스는 로이터통신에 “과테말라가 우리를 보내줬으면 좋겠다. 온두라스 상황은 끔찍하다. 물러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민자들이 과테말라의 통제를 뚫는다고 해도 멕시코가 ‘2차 저지선’으로 버티고 있다.

멕시코는 이민자들을 막기 위해 과테말라와의 남쪽 국경에 군경 배치를 늘렸다.

2∼3년 전까지만 해도 멕시코나 과테말라 등은 자국을 통과해 미국으로 가려는 이들을 적극적으로 막지 않았으나,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관세나 원조 등을 빌미로 이들 국가에 불법 이민자 차단을 압박했기 때문이다. 아울러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탓에 각국 국경 경비도 더욱 강화됐다.

최근 1∼2년 사이엔 번번이 북상에 실패했던 중미 이민자들은 조 바이든 미국 정부가 들어서면 미국의 이민정책도 더 유연해지길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바이든 인수위원회 한 인사는 이날 로이터통신에 “지난 4년간의 혼란스럽고 잔혹한 정책으로 인한 문제들은 해결에 시간이 걸릴 것”이라며 “그때까진 미국으로 오는 여정은 계속 매우 위험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중미 이민자들을 향해 “다음 달엔 누구에게나 국경이 열릴 것이라는 거짓말을 퍼뜨리는 이들은 믿지 말라”고 당부했다.

C&K 투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