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 내 괴롭힘’ 논란을 빚은 캐나다 총독이 가해 사실을 확인한 조사 결론이 나오자 자진 사임했다.
줄리 파예트(57·여) 총독은 지난 21일 성명을 내고 “나라와 우리 민주 제도의 보전을 위해 새로운 총독이 지명돼야 한다는 결론에 이르렀다”며 사퇴 의사를 밝혔다고 글로브앤드메일 등 현지 언론이 전했다.
파예트 총독은 지난해 7월 집무실 직원들을 상대로 갖가지 폭언과 가학적 언행을 반복, 총독실 업무 환경이 극도로 열악하다는 내부 증언과 폭로가 잇달아 나오면서 논란을 일으켰다.
파문이 확산하자 정부는 외부 독립 기구로 조사위원회를 꾸려 활동해 왔으며, 조사위는 지난 19일 최종 보고서를 낸 것으로 전해졌다.
조사위는 그동안 총독실의 전·현직 직원 80~150명을 대상으로 면담 조사를 벌인 것으로 알려졌다.
보고서는 총독실의 가학적 분위기를 확인하고 매우 부정적 내용의 결론을 내리고 있다고 현지 언론이 전했다.
쥐스탱 트뤼도 총리는 조사위의 결론을 보고 받고는 파예트 총독의 사임이 불가피하다는 뜻을 굳히고 전날 파예트 총독과 가진 면담에서 자진 사퇴를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파예트 총독은 성명에서 “지난 몇 달간 리도 홀(총독 집무실)에서 긴장이 높아져 이를 미안하게 여긴다”며 “이런 불확실한 시기에 캐나다 국민에게는 안정감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그는 캐나다의 첫 여성 우주비행사이자 컴퓨터 과학자 출신으로 2017년 7월 트뤼도 총리의 지명으로 임기 5년의 제29대 총독에 올랐다.
트뤼도 총리는 이날 성명을 통해 파예트 총독의 사퇴 의사를 수용한다면서 적정 경로를 통해 영국 여왕에게 새 총독을 제청할 것이라고 밝혔다.
트뤼도 총리는 “캐나다 정부의 모든 공무원은 안전하고 건강한 환경에서 일할 권리를 갖는다”며 “우리는 언제나 이를 대단히 중대하게 여긴다”고 말했다.
이어 “오늘의 발표를 계기로 조사위원회 활동 기간 직원들이 제기한 우려를 해소하고 리도 홀에 새로운 지도력이 확립될 기회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조사위 보고서는 행정기관 총괄 감독부처인 추밀원과 내무부에 전달됐으며, 이를 검토한 도미니크 르블랑 내무장관과 이안 슈가트 추밀원장은 헌정 위기를 피하려면 총독의 자진 사임이 필요하다고 의견을 모은 것으로 전해졌다.
캐나다에서 총독의 중도 사퇴는 지병이나 사망 등으로 세 차례 전례가 있으나 이번 같은 논란의 사례는 처음이다.
캐나다 총독은 영국 여왕을 대리하는 상징적 국가 최고 기관이지만 실제로는 형식적 지위이다.
새 총독 지명 때까지 총독직은 리처드 웨이그너 대법원장이 대행한다.